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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ara85

. 새파랗게 거들먹거리는 공무원 양반이 아니꼬왔던 게다. 그치들에게 굽신거리는 나의 상관이 못마땅했다. 태만과 부정과 무책임이 피같은 국민의 세금을 갉아 먹고 있는 걸 벌건 두 눈으로 똑똑히 목도를 하곤 울화가 치밀어 청사에 불이라도 지르고 싶었던 게다. 피같은 지구의 에너지를 갉아먹는 험비와 토리노들이 난무하는 영화에 신을 내고 혼미한 음악에 취해 엉덩이를 흔들다가 맥주를 마시곤 반감을 삭였다. 감정은 순간이며 이성의 기억은 지속적이려니.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기억하고, 개선을 위한 고민을 하고 때가 되면 증언하고 싸워야 뜨거운 남자일진데. 그녀의 붉은 매니큐어가 무거운 공기 속에 남기곤 하던 나선의 흔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아서. 현실이 무엇인 것인지 투쟁은 또 어디에 있는 것인지. 촛불이 어디서 사.. 2009. 4. 6.
목련 자신의 하늘만 높다 자만하야 저 높이 붉게 솟은 십자가들만 미워했었는데 모르는 사이 복닥복닥한 소시민들의 뒷마당에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더라. 나는 이 도시를 얼마나 사랑하는가. 문득 철마다 스며드는 아픈 기억만큼이나 도시에 대한 나의 연모가 깊다는 걸 깨달았다. 2009. 4. 2.
언제나 여기에 머물거야 지루해져만 가는 대화들이 짜증나 비가 추적거리는 거리로 나섰던 거다. 형수님이 사주신 재킷은 다행히 방수가 잘 되는 편이었고 뒤집어쓴 모자 안으로는 비가 새지 않으니 행복한 것이다. 다만 젖은 캔버스가 쩍쩍거려 짜증날 뿐인게다. 나의 것이 되려고 안간 힘을 쓰는 그 존재들은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고 내가 원하던 그 아름다운 것들은 손가락 마디 사이를 스르륵 흘러버리는 고운 모래처럼 소원한 것이더라. 새벽 2시인게다. 나는 여전히 비가 내리는 복개 도로를 싸구려 음악을 들으며 터벅거리는거다. 앰뷸런스가 싸구려 음악에 묻혀 정적의 싸이렌을 깜빡거리며 나타났다. 나는 여전히 윈드 브레이커의 모자를 뒤집어쓰고 멍하니 갈비집에서 실려나오는 남자를 구경했다. 무지개색 우산을 들고 나선 종업원은 짜증이 나 있었던게.. 2009. 3. 25.
#1 - 참 좋은 시간들이었어요. 그렇지 않나요? - 그럼, 그랬지. - 하지만 이젠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아요. - 무슨 소리야, 레지.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한 거야. - 그렇지 않아요. 소화기에 짓이겨진 머리통처럼 되돌릴 수 없는 거에요. - 자꾸 그런 생각에 집착하지 마. - 제가 죽은 언니 얘기를 했던가요? - 그럼. - 그랬죠. 제가 언니 얘기를 할 때마다 당신은 그런 표정을 지어요. - 어떤 표정인데. - 글쎄요, 설명할 순 없지만 뭔가 언잖은 듯한 표정이에요. - 그렇지 않아, 레지. - 당신이 그래도 전 또 언니 얘기를 할 거에요. - 언제든지. - 그만 둬요. 역시 행복한 시간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거에요. - 아니야, 좋은 기억들을 떠올리고 즐거운 일들을 상상해봐. - 제가 언제나.. 2009. 2. 21.
prejudice - Uh?. So are you living with kitties? - Yeh. - Are you a faggot? - Uh? You seem to have chosen an easy way of living. - Uh? What the heck are you talking'bout? - I mean with prejudices you know. Cat keepers are gays, women who like coffee-colored hose are picky, nail-biting kids are paranoic, and so on. People like you may lead a efficient life but give away chances to get genuine wisdom at the.. 2009. 2. 14.
a sardine 수족관에서 방금 건져올려진 정어리의 눈을 생각나게 하는 그 소녀는 내가 지키지 않은 약속에 대해 푸념을 하고 헝클어진 단발머리를 가다듬고 있었다. 나는 자꾸만 다른 사람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데. 내 머리 속을 맴도는 그녀는 그 옛날 굽이 높은 부츠를 신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 보았었다.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2년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던 그녀는 눈같이 창백한 손목에 별 모양의 문신을 그어놓고 있었다. 왜 당신은 거기서 그렇게 사라지고 말았나요? 그렇게 별문신의 눈이 말하고 있었다. 정어리 눈은 아마도 오년 전쯤 비 오는 전화 부스 앞에서 헤어진 이후로 처음 만나는 것인데. 헤어질 때와 똑같은 냄새와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냄새와 눈의 탁도 같은 것들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2009. 1. 21.
쳇, 니까짓 게 추워봤자지. 2009. 1. 14.
I disapprove of what you say, but I will defend to the death your right to say it. I disapprove of what you say, but I will defend to the death your right to say it. - Voltaire 이 일갈은 한 때 우니 삼촌의 기괴했던 홈페이지의 타이틀을 장식하던 문구였다. 내가 태어난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고 되뇌이지 않고서는 숨을 쉴 수가 없었던 어느 날 저녁, 비겁하게 외면하자며 고개들어 달무리를 바라보다가 문득 젖먹이 시절부터 하느님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던 그 프랑스의 자유 사상가의 말이 생각이 나 눈물이 다 나더라. 2009. 1. 13.
백대지 친구가 결혼을 한다. 여느 한국의 젊은이처럼 이리저리 치여가며 힘든 20대를 보내고 32살에 첫 직장을 얻어 이제 결혼을 생각한다는 녀석을 만나 날이 새도록 술을 마시며 치열한 듯도 공허한 듯도 했던 젊은 시절을 얘기했다. 부모의 소개로 선을 봐 만났다는 그의 휘앙세는 **의 학교 선생이라고 한다. 녀석이 일하고 있는 곳과는 차로 4~5시간이 걸리는 거리이지만 직장을 포기할 수 없어 잠정적으로 주말 부부로 살아야 한단다. 둘 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듯 신혼집도 없이 처가집, 직원 기숙사를 왔다갔다 하며 신혼 생활을 꾸려나갈 작정이란다. 휘앙세의 학교는 **에서도 벽지에 위치한 ** 종고이다. 종고라 함은 종합 고등학교의 줄임말로 공부 손 놓은 애들이 마지 못해 들어가는, 속된 말로 따라지 학교다. .. 2008. 12. 2.
Sagara 흐란트가 다른 층으로 이사를 가고부터는 인도인 사가라와 수다를 많이 떤다. 흐란트 못지 않은 수다쟁이인 사가라를 통해 인도 여행 중에도 보지 못했던 여러 가지 것들을 들을 수 있다. 그와의 대화는 인도의 정치, 문화, 교육, 결혼, 종교, 기술, 등에 대한 많은 오해들을 풀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인도라고 하면 사람들의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카스트 제도가 아닐까 한다. 그와 진지하게 얘기하기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대화의 첫 주제 역시 카스트 제도였다. 난 학교에서 배운대로 카스트 제도는 불합리한 문화이며 인도가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장애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내 생각에 사가라는 목소리까지 높여가며 반감을 표했다. 어느 사회이든 계급이 없는 사회가 있었던가. .. 2008. 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