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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ara

언제나 여기에 머물거야

by erggie 2009. 3. 25.
지루해져만 가는 대화들이 짜증나 비가 추적거리는 거리로 나섰던 거다.
형수님이 사주신 재킷은 다행히 방수가 잘 되는 편이었고
뒤집어쓴 모자 안으로는 비가 새지 않으니 행복한 것이다.
다만 젖은 캔버스가 쩍쩍거려 짜증날 뿐인게다.
나의 것이 되려고 안간 힘을 쓰는 그 존재들은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고
내가 원하던 그 아름다운 것들은 손가락 마디 사이를 스르륵 흘러버리는 고운 모래처럼 소원한 것이더라.
새벽 2시인게다.
나는 여전히 비가 내리는 복개 도로를 싸구려 음악을 들으며 터벅거리는거다.
앰뷸런스가 싸구려 음악에 묻혀 정적의 싸이렌을 깜빡거리며 나타났다.
나는 여전히 윈드 브레이커의 모자를 뒤집어쓰고 멍하니 갈비집에서 실려나오는 남자를 구경했다.
무지개색 우산을 들고 나선 종업원은 짜증이 나 있었던게다.
앰뷸런스에 말없이 실려나가는 사내에게 들리지 않는 욕을 퍼붓다가 무지개색 우산을 접고는 가게로 돌아갔다.
웬 아저씨가 옆에서 무언가를 떠들고 있었다.
아저씨는 싸구려 음악을 듣고 있지 않았다.
담배를 피고 있었다.
담배 하나만 줘보세요.
중년의 아저씨는 거북한 표정을 지으며 아저씨들이 즐겨 피는 길쭉한 담배 한 개피를 건냈다.
받아든 내 담배는 불이 붙자 마자 제법 거세진 빗살에 꺾이고 말았다.
허허.
나는 싸구려 음악이 너무 좋아서 미칠 것만 같은데 왜 사람들은 앰뷸런스에 실려가고 난리들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내리는 빗물이 너무 따뜻한데 집에서 쳐자빠져들 자는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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