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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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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ggie 2009. 4. 6.
새파랗게 거들먹거리는 공무원 양반이 아니꼬왔던 게다.
그치들에게 굽신거리는 나의 상관이 못마땅했다.
태만과 부정과 무책임이 피같은 국민의 세금을 갉아 먹고 있는 걸
벌건 두 눈으로 똑똑히 목도를 하곤 울화가 치밀어 청사에 불이라도 지르고 싶었던 게다.

피같은 지구의 에너지를 갉아먹는 험비와 토리노들이 난무하는 영화에 신을 내고
혼미한 음악에 취해 엉덩이를 흔들다가 맥주를 마시곤 반감을 삭였다.

감정은 순간이며 이성의 기억은 지속적이려니.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기억하고, 개선을 위한 고민을 하고 때가 되면 증언하고 싸워야 뜨거운 남자일진데.
그녀의 붉은 매니큐어가 무거운 공기 속에 남기곤 하던 나선의 흔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아서.
현실이 무엇인 것인지 투쟁은 또 어디에 있는 것인지.
촛불이 어디서 사그라들었건 묵묵히 그래스룻츠의 저 언저리에서 칼을 갈고 있는 옛 동지는 어디 있는 것인지.
그녀의 붉은 나선은 내 공간 속에서 담배 연기로 현화하여 아직도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고.
내 호흡은 너무도 짧아 안의 심란과 싸우기에도 벅차니.
나는 피로하다.
나는 역겨워하고 피로해하는 것에 조차도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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