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30 즐 회사 '여자' 동기의 얘기- 나 단골 속옷 가게가 있거든, 얼마 전에 들렀더니 매장 아줌마가 바꼈드라고. 맨날 입던 치수를 달라고 했는데 이 아줌마가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더니 아닌 것 같다면서 한 번 안아봐도 되냐고 묻는거야.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거절하면 기분을 상하게 할까봐, 또 팔로 안아보고 가슴 둘레를 잴 수 있는 기인이 있나 확인해 보고 싶기도 해서 그냥 그러라고 했지. 헌데 뒤로가서 껴안는 이 아줌마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드라고. 이 아줌마 그러고 팔을 풀더니만 고개를 끄덕이며 맞는 것 같긴 하다면서 이번엔 컵 사이즈를 묻는거야. 내 사이즈를 말했더니 또 고개를 흔들어. 글쎄 그러면서 만져봐도 되냐는거야. 기겁을 하고는 필요 없으니 그냥 달라고 하고 도망치듯 매장을 뛰쳐나왔어.. 2008. 7. 31. blue 기분 나쁜 꿈을 연속으로 꾸고 일어나니 나쁜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완전 우울해져 버려서는 주말 하루를 망쳐버리고 말았네. 2008. 7. 12. death of a feeble kitty 출근길에 횡단 보도를 건너려고 서 있는데 건너편에서 한 중년 남자가 발로 뭔가를 툭툭 치고 있다. 자세히 보니 생후 한 달이 되었을까 싶은 새끼 고양이였다. 털도 제대로 자라지 않은 녀석이 자꾸 도로로 나가려고 해서 귀찮은 듯 발로 도로쪽을 막고 있는 것이었다. 세상에 이쁘지 않은 새끼 고양이가 어디 있으랴. 아직 다리에 힘도 없는 듯 비틀비틀 남자의 발과 장난을 치는 녀석을 보며 가볍게 웃어주었다. 그런데 남자가 잠깐 한 눈을 파는 사이 녀석이 도로로 뛰어들어 택시 바퀴 밑으로 숨었다. 신호를 기다리던 택시는 신호가 바껴 출발하려고 하고 있었다. 내가 소리를 질렀고 택시 기사는 귀찮다는 듯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미 달리기 시작한 차들을 막아서며 도로로 뛰어들었는데 이게 웬걸 이미 녀석은 다른 차선으로.. 2008. 7. 11. 흐란트 요즘 회사 건물 옆에 줄지어 서 있던, 오래전에 가동이 중단된 엄청난 공장들을 헐고 공원을 짓고 있다. 8층 휴게실에서 레고같은 포크레인과 사람들이 일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20명 남짓한 사람들이 축구장 3개 정도의 공간에 늘어서있던 공장을 며칠만에 깨끗히 없애버렸다. 아, 우리 나라가 건설 강국이긴 하구나 한다. 인도인 사가라도, 아르메니아인 흐란트도 공사 현장을 넋을 잃고 구경한다. 사가라는 자기 나라였다면 남아도는 인력을 동원하여 손과 해머로 깨고 앉아 있느라 몇년이 걸렸을거라 하고 흐란트는 서로 일을 미루느라 싸움이 났을거라 한다. -흐란트는 공산주의 사회를 몸으로 느껴온 세대로 뼈까지 사무치는 환멸을 느끼고 있다.- 아참, 정들었던 흐란트가 우리 프로젝트에 더 이상 할 일.. 2008. 7. 5. 부이 부이를 끼우고, 즉 다리를 사용하지 않고 1키로를 30분대로 당겼다. 가벼운 마음으로 부이 없이 당겨봤는데 이게 웬걸, 오히려 더 나가지 않는다. 워낙 하체가 약하긴 하지만 모두들 발차기가 오히려 물을 끌고 있다고 지적한다. 열악한 상황에서의 훈련에 익숙해진다고 해서 보다 나은 상황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인생 역시 그러하다. 극한 상황이든 안락한 상황이든 편식은 좋지 않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으려면 다른 다양한 환경에 열려 있어야 하고, 또 실제로 그런 환경에 스스로를 노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같은 상황이면 먼저 좀 더 불리한 조건으로 자신을 몰고 가는 편인데, 좋지 않은 습관인 듯 하다. 더 안락하고, 부유하고, 행복한 것은 자신과 거리가 멀다는 생각은 편견이다. 2008. 7. 3. 닭 튀기는 총각 닭 튀기는 총각 장가갔나부다. 2008. 7. 2. 자우림 자우림 신보가 나왔다. 잊으려 하면 철만나 장롱에서 먼지털며 나온 꽃무늬 이불같은 발칙한 얼굴을 내밀고 쇼케이스를 하는거다. 신보에 대응이 꽤나 느린 편인데 이래저래 추억이 많은 자우림의 신보는 꽤나 따땄한 상태로 구해(-_-;) 들어보았다. 그저 발랄한 목소리에 좀 식상해질려고 했는데 마지막 곡에 감정이 감겨서는 하루 종일 반복해 듣고를 있다. 작은 형과 같은 나이의 김윤아와는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 해왔다. 핸썸한 연하남과 아이를 낳고 행복한 삶을 걷고 있는 이 중년 부인의 밴드는 동세대의 무거운 감정을 잘도 추스려서는 굳은 살로 덮힌 저 심연의 수면에 자줏빛 비로 잔잔한 공명을 울려주고는 가는 눈의 웃음들을 던지누나. 잘 해내고 있어줘서 고맙다고 말해본다. 2008. 6. 30. Jailhouse 그 시절 학교 앞엔 스티커 사진 찍는 가게가 있었다.무심코 길을 걷다가 가게 밖에 걸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귀에 감겨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날 이후로 가게 앞을 지날 때면 한참을 서성거렸드랬다.하루는 도저히 어깨를 까딱기리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흥겨운 스카 가락이 찍찍거리길래 참지를 못하고는 성질에도 안 맞는 스티커 사진 가게에 어색한 몸뚱아리를 밀어넣고는 점원에게 다짜고짜 제목이 뭐냐 물었다.마침 시디 케이스를 펄럭거리고 있던 그 점원이라는 사람이 참 물건이었다.키는 훤칠한 데다 머리는 송골매를 해가지고서는 붉은 별이 그려진 쫄바지를 입고 찡박힌 구두까지 갖춘 락커스런 청년이었던 게다.정작 얼굴은 잘 기억이 나질 않아서 내 빈약한 기억이 재현한 그 가게의 풍경 안에서 그가 스티커 머신 옆.. 2008. 6. 24. yoda 바닥까지 처진 배가 감춰지는 괜찮은 각도. 2008. 6. 22. 하늘거리는 하루 푸른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들이 초여름의 시원한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었다. 멀리서 꽃향기가 실려오는 것 같기도 했단 말이다. 굴곡이 편하지 않는 고동색 나무 의자에 누워 책을 읽었다. 창밖은 눈이 부셨고 실내는 책을 읽기에는 조금 어두웠지만 상관 없었다. 눈물 같은 건. 꼭꼭 걸어잠궈논 마음 저 안에서 말라버린 줄 알고 있었는데. 젠장,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울음을 멈출수가 없었다. 세상 구석 구석에서 저마다의 기구한 운명을 짊어진 채, 힘든 걸음 걸음을 내딛는 이들의 지친 어깨를 토닥거려주고 싶은 저녁이로고. 2008. 6. 18. 이전 1 ··· 6 7 8 9 10 11 12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