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30 . 한동안 무거운 머리를 식혀주었던 대인배 신드롬도 시들해지고 시간을 때울 일이 궁해져서는 이리저리 할 일을 찾아 헤매다가 포기하고 말아서 요즘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려서 택시를 타고 인계동에 있는 시원한 카페에까지 왕림해서 책 읽고, 커피 마시고 조는 일이 잦아졌다. 방은 꽤 시원한 편인데다가 더위를 별로 타지 않는 편이어서 이번 여름도 에어컨이 없이 보내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올해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생각조차 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 있는데도 땀이 줄줄 흘러 내린다. 견디다 못해 택시를 타고 시원한 커페에 틀어박혀 책을 읽는 것이다. 사실 카페 같은데서 책을 읽는다는 것이 잘 이해가 안 됐었는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꽤나 잘 읽힌다. 특히 도스토예프스.. 2007. 8. 30. ... 뼈해장국이나 한 그릇 말아 먹으려고 식당에 들어갔는데 TV에서 6시 내고향이 방영되고 있었다. 비닐 하우스 안에 애호박 넝쿨이 사람 높이로 아치형 통로를 이루고 있었다. 한 할배가 가지를 치고 있었는데 넝쿨 높이가 너무 낮아 허리를 구부리고 일하고 있어 애처로워 보였다. 비린 살점을 발라 입에 처넣으며 시바 저 나이되기 전에 뒤져야지 했다. 근데 할배 등뒤를 따라오며 편안한 자세로 호박을 따는 할매가 보였다. 제길, 할배는 덩쿨 높이를 할매 키에 맞춰 드리운 것이다. 잠시 수저를 놓고 멍하니 화면을 처다봤다. 이가 없는 입을 할매 이마에 맞추며 수줍게 웃는 할배. 행복해 보였다. 보는 사람의 가슴이 따뜻해질 정도로 행복해 보였다. 가난하고 척박한 마음으로 또 무엇을 잃을까 마음의 문을 닫고 노심초사 하며.. 2007. 7. 23. star guitar 미쉘 공드리가 프랑스 기차를 10번 왔다 갔다 하면서 작업한 영상. 예전에 폴라리스도 이와 같은 작업을 했었던 것 같다. 유튜브에 영상이 있었는데 인기가 없었는지 더 이상 서비스하지 않는다. 폴라리스가 보여준 도쿄의 영상도 아기자기한 게 마음에 꽤나 들었었다. 이제 유일하게 남은 저속 열차인 새마을호를 타고 한국의 시골 풍경을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2007. 7. 17. basic 수영에 있어 팔동작의 핵심을 파악해보자. 팔을 저 먼 곳을 향해 뻗는다. 뻗어진 팔 끝에 매달린 손바닥으로 최대한의 물을 움켜진다. 손바닥 전체를 넓게 펴서 가능한 한 많은 물을 움켜 쥐어야 한다. 움켜진 물을 잡아당긴다. 잡아당긴 물을 힘껏 뒤로 밀어낸다. 물을 밀어 내쳤던 팔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최소한의 저항과 힘으로 팔을 재빠르게 머리 앞으로 뻗는다. 다시 팔을 저 먼 곳을 향해 뻗는다. 밀쳐낸 물에 대해 신경 썼다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인생도 때로는 이러한 형태로 진행된다. 눈앞의 성공을 움켜쥐고는 잡아 당기고 밀쳐내고는 새로운 목표를 위해 팔을 힘껏 뻗고는.. 아니 뻗어야 한다. 밀쳐 던졌던 물에 대해선 아쉬워 해선 안된다. 그것이 우리가 인생의 장에서 힘차게 나아가는 방법이다. 하지.. 2007. 3. 21. climbing Mountains should be climbed with as little effort as possible and without desire. The reality of your own nature should determine the speed. If you become restless, speed up. If you become winded, slow down. You climb the mountain in an equilibrium between restless and exhaustion. Then, when you're no longer thinking ahead, each footstep isn't just a means to an end but a unique event in itself... 2007. 3. 20. truth 그 어떤 명제도 언제나 진실일 순 없듯, '경험에 의해 성숙해진다'라는 명제 역시 언제나 진실일 순 없다. 오늘도 한 물고기가 아가미를 찢고, 생사를 넘나드는 사투 끝에 빠져나왔던 낚시 바늘, 그 낚시 바늘에 남은 미끼 찌꺼기에 눈이 멀어 태연스레 다시 물고 마는 것이다. 2006. 11. 20. 박민규 몸과 정신과 가슴이 혼란스러워 가늠조차 하기 힘든 하루 하루다. 가게에서 집까지 오는 길은 복잡한 머리를 정리시키긴 짧은 거리라 생각하며 침대에 누워 일천칠백만원짜리 티비를 켰는데 웬 장발이 하나 거북한 자세로 등장을 한다. 백두산쯤 되는 메탈 밴드 멤버인가 하며 무심코 지켜보는데 생뚱맞게 뜬 자막이 박민규라고 알려준다. 진행을 맡은 참하고 차분한 아가씨가 당혹을 감추느라 애쓰는 것이 역력해 계속 지켜 보았더니 가관이 따로 없다. 사회자가 질문하면 한참을 어물어물거리다 겨우 입을 떼는데 그 대답이라는 것도 횡설수설에 동문서답이다. 미소를 지으며 좀 더 지켜보고 있자니 갑자기 불을 끄고는 이 메탈 베이시스트쯤 되는 인간이 역시나 거북한 자세로 낭독이란 걸 한다. 시덥잖은 농담 사이사이로 독설이 폐부를 찌른.. 2006. 10. 20. 사향쥐 회사에서 꼬박꼬박 쥐어주는 돈이 쌓이자 배설물 배출하듯 생각없이 사방에 뿌려대고 있다. 차곡 차곡 쌓여가는 소유물들이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하던 즈음 간만에 소로우를 만난다. 덫에 걸린 사향쥐는 자유의 몸이 되기 위해서 덫에 걸린 다리가 비록 마지막 남은 다리일지라도 물어뜯는다. 과연 우리는 어느 맑은 날 떨어지는 별을 보고 미련없이 떠날 수 있으려나. 언젠가부터 자신이라고 대상화되길 바라며 옷갖 이쁜 것들을 어깨에 메고, 그것도 안돼 바닥에다 질질 끌고 다닌 것 같다. 죽으면 두고 가야할 것들에 어찌나 집착하는지. 오늘은 자유를 위해 다리까지 미련없이 버리는 사향쥐의 초연함에 한 표. 2006. 7. 7. 김훈 그러니까 고집스런 수구 앞잡이이신 김훈 하라방은 "나는 문학이 인간을 구원하고, 문학이 인간의 영혼을 인도한다고 하는, 이런 개소리를 하는 놈은 다 죽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이 무슨 지순하고 지고한 가치가 있어 가지고 인간의 의식주 생활보다 높은 곳에 있어서 현실을 관리하고 지도한다는 소리를 믿을 수가 없어요. 나는 문학이란 걸 하찮은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 세상에 문제가 참 많잖아요. 우선 나라를 지켜야죠, 국방! 또 밥을 먹어야 하고, 도시와 교통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애들 가르쳐야 하고, 집 없는 놈한테 집을 지어줘야 하고…. 또 이런 저런 공동체의 문제가 있잖아요. 이런 여러 문제 중에서 맨 하위에 있는 문제가 문학이라고 난 생각하는 겁니다. 문학뿐 아니라 인간의 모든 언어행위가 난 그.. 2006. 7. 6. tolerance 복잡하고 섬세한 전자제품을 개발하게 되면 제품들에 대해 더 냉정해질 줄 알았습니다. 문제가 있는 제품을 보면 문제점을 분석하고 비판하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일 줄 알았죠. 하지만 인간이 이룬 기술이라는 것은 개인에겐 너무나 버거운 것이어서, 선배 개발자들의 손때가 묻어있는 작품을 볼라치면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경외심이 생기는 것으로, 소비자의 입장에서 치명적일 수 있는 오류가 있는 작품이라 할지라도 비판은 차치하고 동료로서의 관용이 생기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관용은 개발자로서 피해야 할 만용이겠지만 인간의 기술로 먹고 사는 기술자로서 선배 및 동료 기술자들의 위대함을 가슴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신입 개발자에겐 소중한 한 발걸음일 것입니다. 2006. 5. 19. 이전 1 ··· 10 11 12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