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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ggie 2007. 7. 23.
뼈해장국이나 한 그릇 말아 먹으려고 식당에 들어갔는데 TV에서 6시 내고향이 방영되고 있었다.

비닐 하우스 안에 애호박 넝쿨이 사람 높이로 아치형 통로를 이루고 있었다.
한 할배가 가지를 치고 있었는데 넝쿨 높이가 너무 낮아 허리를 구부리고 일하고 있어 애처로워 보였다.

비린 살점을 발라 입에 처넣으며 시바 저 나이되기 전에 뒤져야지 했다.

근데 할배 등뒤를 따라오며 편안한 자세로 호박을 따는 할매가 보였다.
제길, 할배는 덩쿨 높이를 할매 키에 맞춰 드리운 것이다.
잠시 수저를 놓고 멍하니 화면을 처다봤다.

이가 없는 입을 할매 이마에 맞추며 수줍게 웃는 할배.

행복해 보였다.
보는 사람의 가슴이 따뜻해질 정도로 행복해 보였다.


가난하고 척박한 마음으로 또 무엇을 잃을까 마음의 문을 닫고 노심초사 하며 사는 인생들 아닌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을 정도로 다 잃고
더 이상 버릴 것이 없을 정도로 다 버려도
사람만 있으면,
사람에게 줄 마음이 남아 있다면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왜 몰랐던 것일까?

자신을 희생해가며 [아낌없이 주는] 그 넉넉한 영혼이 부러워 미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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