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5 본말전도 점심 식사 중에 홍상무님이 해주신 이야기. 길을 잃으면 시작을 생각하라. 배경은 2차세계대전이든 한국전쟁이든 베트남 전정이든 어느 전쟁터. 전략상 요지에 정찰병 둘이 투입되었는데 전황에 큰 변화가 없어 정찰기간이 무한정 연장되었다. 장기화된 정찰업무를 원활히 지원키 위해 취사병이 투입되었다. 매복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진지구축이 필요해졌고 공병대가 투입되었다. 병사가 늘자 병영이 필요해져 병참병이 투입되었다. 아픈병사가 늘자 의무병이 투입되었다. 부대가 비대해지자 비효율이 발생하기 시작하여 구조조정이 필요하게 되었다 고조조정팀이 급파되어 젤로 띵가거리는 정찰병 둘을 철수시킨다. 길을 잃으면 시작을 생각하라. 2012. 3. 16. 가능성 소위 교양이 있다거나 배운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습득한 교육이 형성한 틀에 안위하며 새로운 가능성으로부터 격리되기 쉽다. 우리를 둘러싼 에코 시스템이란 것은 시도 때도 없이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 같은 것이어서 틀이 되었던 것이 새로운 가능성으로 발전하거나 무한한 가능성으로 보여지던 길이 어느 순간 좁은 문으로 퇴화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열린 사람들이 발견하고 발전시키고 결정체를 이루기를 반복한 수많은 가능성과 문 너머의 신세계가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곳이다. 많은 이들이 실제로 더 이상 존재하지도 않는 허상의 벽을 실재인양 인정해 버리고 그 안에 안위한다. 일상의 통념의 잣대로 보아 정신 나간 듯 보이는 자들이야 말로 벽의 구석 구석을 자기 손으로 두드려 보는 자들이다. 이들이 발.. 2009. 9. 23. 야간 비행 급히 준비한 출장 길에 단지 가볍고 두께가 얇다는 이유로 야간 비행을 챙겨왔다. 수십 번을 읽었더라도 다시 책장을 펼치는데 주저함이 가지 않는 책들이 있다. 나에겐 야간 비행이 바로 그런 책이다. 어린 시절을 함께한, 어두운 방 한 구석을 빼곡히 차 있던 범우 문고사의 세계 문학 전집 중에서도 겹비닐 필름이 벗겨지도록 유난히 애독하던 책이 쌩 떽쥐페리 편이였다. 햇살이 비치는 날이나 추적거리는 비로 눅눅한 날이나 심란스런 바깥 세상의 유일한 창이었던 베란다를 등지고 누워 세로로 내려가는 문장에 빠져 눈보라 치는 알프스 산맥의 봉우리를 피해 날고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해 터번을 두른 베두인 족의 구조를 받았다. 미지의 밤과 험한 항로의 개척자인 비행사의 무용담은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던 유년의 마음을 매.. 2009. 9. 20. misha - 그래 오늘 가는거지?지브 타워 흡연자들의 유일한 안식처인 옥상 벤치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이며 미샤는 물었다. 공기는 여전히 축축했고 그는 강한 햇살에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응, 오늘 밤에.- 어때, 지내긴 괜찮았어?- 더 이상 좋을 순 없을거야. 사람, 음식, 해변, 음악, 날씨 모두 최고였어. 참한 여자 만나고 장가가서 여기서 살까봐.- 후훗.움푹 패인 눈두덩이가 웃음으로 주름진다.- 이봐, 이런 얘기가 있어. 한 남자가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간거야. 너 지옥갈래 천당갈래 묻는거지. 사내는 감히 구경하길 요구했고 웬일로 염라대왕이 흔쾌히 승락해. 먼저 찾아간 천당에서 사람들은 모여 앉아 기도를 드리고 있었어. 다음에 찾아간 지옥에선 아름다운 남녀가 서로 얽혀 술과 맛난 음식을 즐기고 흥청거리.. 2009. 7. 10. 미하일 우즈벡 식당에서 거나하게 취해서 비틀거리며 걸어나온 건 새벽 1시 쯤이었다. 미하일은 부인이 신신당부하며 부탁한 우즈벡식 탄두리 만두 박스를 그의 포드 뒷좌석에 모시고 운전대를 잡았다. - 운전해도 괜찮겠어? - 안전벨트나 매. 식당에서 내내 농담이나 따먹으며 흥청망청하던 노인은 어디에도 없고 눈은 이미 진지하게 변해있다. 가벼운 식사로 얘기를 나눌 때의 그 빨강코 할아버지와 오피스에서의 카리스마 넘치는 진지모드는 전혀 별개의 존재처럼 느껴진다. 대시 보드 앞에 앉아 있는 이 백발의 노인은 어느샌가 오피스의 카리스마 모드로 돌변해 있다. - 이봐, 넌 여기서 뭐하는거야? - 뭐, 뭐라구? - 이런 시골에서 썩을 놈이 아니야 넌. 너만 유일하게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거 알아? 더 큰 물로 가. - 농담.. 2009. 7. 6. 어리석은 자 천재는 자신과 바보의 차이가 언제나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는 것에 놀란다. 그래서 눈앞에 닥친 어리석음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며 이런 노력 속에서 지성이 존재한다. 반면에 바보는 자기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다. 자신의 분별력이 뛰어난 것처럼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의 어리석음 속에 부러울 만큼 평온하게 안주한다. 마치 서식하는 구멍에서 곤충을 끌어낼 방법이 없는 것처럼, 바보를 어리석음에서 끌어내어 잠시나마 암흑세계를 벗어나게 하고 습관에 젖어 있는 멍청한 시각을 보다 날카로운 다른 시각과 견주어보게 할 방법은 없다. 바보는 평생 바보고 빠져나올 구멍도 없다. 그래서 아나톨 프랑스(Anatole France)는 어리석은 자가 사악한 자보다 훨씬 더 나쁘다고 말했다. 사악한 자는 이따금 쉴 때가 있지만 어리석은.. 2009. 3. 31. wind 북망산 바람이라는 치는 계곡을 한가로이 노닐다가 한떨기 꽃잎에 잠시 머물렀다가도 어느샌가 마음 한 움쿰 떼어 내려 놓고는 가던 길을 이어 분다. 2008. 10. 31. type 세상에는 무지하여 포용하는 자와 지각하되 포용하지 못하는 자와 깨달아 관대한 자가 있고 역시 무지하며 포용하지도 못하는 자가 있더라 2008. 3. 8. 정은임 꽃 피는 날 그대와 만났습니다. 꽃 지는 날 그대와 헤어졌고요.그 만남이 첫 만남이 아닙니다. 그 이별이 첫 이별이 아니고요.마당 한 모퉁이에 꽃씨를 뿌립니다.꽃 피는 날에서 꽃 지는 날까지마음은 머리 풀어 헤치고 떠다닐 테지요.그대만이 떠나가는 것이 아닙니다.꽃 지는 날만이 괴로운 것이 아니고요.그대의 뒷모습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나날이 새로 잎 피는 길을 갑니다. 정은임의 1995년 4월 1일 마지막 방송 오프닝 멘트 2008. 3. 5. dostoevskii 다분히 편파적인 도스토예프스키 연보 1821 출생. 아버지는 뽀돌리야의 귀족 가문의 자손으로 모스끄바의 자선 병원 주치의. 1837 평생을 따라다닌 후두염과 목소리 상실 발병. 공병 학교 합격. 1838 공병 학교 입학. 빼쩨르부르그 근처에서 야영 생활. 돈이 떨어져서 아버지에게 서신으로 줄기차게 돈을 요구. 1839 아버지가 다로보예 농노들에게 살해당함. 1843 공병 학교를 졸업하고 공병국 제도실에서 근무. 돈이 떨어져 P. 까레빈에게 돈을 요구. 1844 유산 관리인으로부터 일시금을 받고, 토지와 농노에 대한 유산 상속권을 방기함. 1845 [가난한 사람들] 성공. 벨린스끼와 뚜르게네프가 도스또예프스키의 절도 없는 생활을 비난. 1846 가벼운 간질 증세. 1847 센나야 광장에서 첫번째 간질 발작.. 2007. 9. 7.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