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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ara

misha

by erggie 2009. 7. 10.
- 그래 오늘 가는거지?
지브 타워 흡연자들의 유일한 안식처인 옥상 벤치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이며 미샤는 물었다. 공기는 여전히 축축했고 그는 강한 햇살에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 응, 오늘 밤에.
- 어때, 지내긴 괜찮았어?
- 더 이상 좋을 순 없을거야. 사람, 음식, 해변, 음악, 날씨 모두 최고였어. 참한 아가씨 하나 꼬셔서 장가가서 여기서 살까봐.
- 후훗.
움푹 패인 눈두덩이가 웃음으로 주름진다.
- 이봐, 이런 얘기가 있어. 한 남자가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간거야. 너 지옥갈래 천당갈래 묻는거지. 사내는 감히 구경하길 요구했고 웬일로 염라대왕이 흔쾌히 승락해. 먼저 찾아간 천당에서 사람들은 모여 앉아 기도를 드리고 있었어. 다음에 찾아간 지옥에선 아름다운 남녀가 서로 얽혀 술과 맛난 음식을 즐기고 흥청거리고 있더란거야. 구경이 끝난 후 맘은 정했느냔 염라대왕의 물음에 남자는 고민없이 지옥으로 가겠다고 대답했어. 정말이지? 응 정말. 남자는 본인의 선택으로 지옥으로 가.
- 그래서?
- 후후, 지옥에 들어서자 마자 술시중을 들고 뭇 남자들에게 후장을 털리는거지.
- 엥?
- 남자는 억울해 염라대왕에게 찾아가 물어. 아니 도대체 어떻게 된거요, 아까완 딴판이잖소. 대왕 왈, 허허 좀전에 넌 그저 구경꾼이었잖냐. 어디 구경하는 거랑 사는 거랑 같더냐?
- 음..
- 니가 본대로 살기가 그저 녹녹한 곳만은 아냐. 대내외적으로 문제가 많아. 여행객은 달의 뒷면을 놓치기 쉽상이지.
- 후후, 그 지옥간 남자가 게이였음 그곳이 천국인 거 아냐. 그래 내가 패서바이의 눈으로 본 것 뿐이긴 하지만 이곳이 매력적인 곳임엔 틀림이 없어. 음.. 정말 진심이야.
- 샬롬!
- 샬롬!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선 여전히 햇살이 따갑게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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