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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oine de Saint-Exupéry "If you want to build a ship, don't drum up people together to collect wood and don't assign them tasks and work, but rather teach them to long for the endless immensity of the sea." - Antoine de Saint-Exupéry 쌩 떽쥐페리를 굉장히 좋아했었다. 그의 손을 거치면 파타고니아 선 우편기의 동체는 생동감 넘치는 생명체가 되었다. 대지의 그림자와 알프스 산맥의 난기류, 베두인족과 사막과 갈증과 추위와 비행사들, 시차의 피로와 도시의 여인들. '야간비행'은 세계 문학 전집이 꽂혀있던 책장에서 홀로 자리를 비우고 모서리가 해진 채로 방안을 굴러다니곤 했.. 2008. 9. 17.
ratm 모니터 만드는 회사 답게 회사 식당 천장엔 대형 모니터가 매달려 있다. 아침 식사 시간엔 직원들에게 글로벌 의식을 고취시키려는 취지인 듯 CNN 뉴스 방송을 틀어준다. TV만 보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므로 주로 벽을 보고 이어폰에 집중하며 밥을 먹는데 일어나 식판을 들고 나오는 길에 공화당 전당 대회 영상이 눈에 들어와 한참을 서서 지켜보았다. 우리의 전당 대회를 유심히 지켜본 적이 없긴 하지만 소위 우리의 정치적 대회라는 것들의 분위기들과 사뭇 달라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주름이 가득한 얼굴로 카우보이 모자를 흔들고 있는 고집 세 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주렁주렁한 훈장을 달고 베레모를 쓰고 있는 역전 용사 어르신, 젊고 또 그래서 아름답고 훈훈한 청년 처녀들이 모두 일어나 성조기를 흔들고 웃음을 짓.. 2008. 9. 5.
weekend 주변의 사람들과는 조금은 다른, 내또래의 아가씨들과 수다를 떨었다. 내 발음이 인디언 같다는 말들을 한다. 처음 듣는 말이다. 인디언들과 같이 일하기 때문이라고 서툰 변명을 했다. 순박하고 착실한 사람들이 세상에 많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다. 밝은 표정들 뒤에 숨은 어두운 기운들에서 그런 사람에게 가혹해져만 가는 현실을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연습을 하기 위해 홍대에 갔다. 연습은 안 하고 겜만 했다. 장애인 테란으로 언니의 저그에 완패했다. 언니에게 간략하게나마 수영 강습을 해주기로 했는데 녀석은 수영복도 준비 안 해놓고 있었다. 깔깔거리며 내 수영복을 입어보곤 온라인으로 단돈 3만원짜리 5종 세트를 구입했다. 나이가 많은 사람의 숨이 터지기까지는 꽤나 고통스러운 자기와의 싸움이 .. 2008. 9. 2.
bob 꽤나 힘든 한 주였네.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손톱, 발톱을 깎는다. 과도한 운동 탓에 양쪽 엄지 발톱들이 퍼렇게 맛이 갔구만. 마침 스피커에서 밥 말리께서 '소 머치 트러블 인 더 월드'를 흥얼거리시고 계신다. 말리 훃아는 그러니까 내가 태어난 해인 77년 '축구'를 하시다가 발가락을 다치셨다. 헌데 어찌나 낭창한 생활을 하셨는지 상처가 곪았다나 뭐라나. 발가락를 잘라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인체는 전일하다'는 라스타의 신념에 따라 절단을 거부하신다. 결국은 암으로 발전, 암세포가 뇌나 간이나 쓸개로 다 퍼졌고 4년 후 36세를 일기로 세상과 빠이빠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말리 훃아의 죽음인데 난 이 얘기가 왜 이리 웃기고 또 통쾌한지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레게 황제의 죽음으로써 이보다 나은 .. 2008. 8. 29.
The Cyder House Rules 글쎄 바른 척의 사나이인게다. 진정한 남자인게로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이쁘고 잘 빠진 연예인에 목을 매다는 짓은 용서가 안되는 일이었던 게다. 실제로 얼핏 '오호 괜찮은데'하는 느낌이 드는 배우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가볍게 무시를 해주시고는 '내 타입이 아냐'하고 멋있는 척을 해주는거다. 허허, 멋있는 척이라니. 결국은 '내 타입'란 없었던 게다. 그러고 샤를리즈 테른이 있었다. 전쟁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어 몰아 보게 된 그 많던 전쟁 영화 중에 '헤즈 온 더 클라우즈'가 있었고, 난데없이 튀어나온 붉은 입술과 요상하게 꼰 블론드에 숨이 막혀버리고 말았던게다. '아냐 아냐 남자는 혹해선 안돼'란 생각이 미처 끼기도 전에 숨을 틀어 막아 버리더군. 이 난데없는 아가씨는 '말레나'의 플롯을 짜깁기한 .. 2008. 8. 20.
human 도대체가 무엇인지 모르겠는데 외로이 바닥을 구르는 맥주병이나 그 안에서 맴을 도는 꽁초와 그의 재를 물끄러미 처다보며 누워 있노라면 서서히 쇠하는 자에게만 보이는 그 무엇이 어두운 방 구석에서 쪼그리고 앉아 나를 보는 것인데 나는 실은 눈이 멀었고 그 친구가 일어나 발 저는 그 소리를 내 귀에 밀어넣는 것인게다 바닥에 이리저리 선을 그으며 놀고 있는 척을 하던 나의 목을 녹슨 검은 가위로 슬커덕 잘라주길 나는 슥슥 바닥에 선을 그으며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 흑백 필름에 붉은 물결을 일으켜주길 바라고 있다 서서히 쇠함을 멈춰주길 바라고 있다 2008. 8. 20.
중쿸 보이콧 전국이 올림픽 때문에 난린가 보다. 박태환의 허우적영법이란 정말. 지난 대회처럼 미국의 독주를 막을만한 팀이 있을지 기대되는 농구. 전력상 힘들지만 특유의 별미인 이변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는 야구. 40을 바라보는 백전 노장 봉주 훃아의 마라톤. 뭐 이밖에도 관심이 가는 경기가 아주 많지만 말이지. 뼛속부터 삐딱한 난 지금 올림픽 보이콧 중이다. 올림픽이 본래의 아마츄어 정신을 잃고 상업화, 정치화 된 건 옛날 일이긴 하다. 하지만 뗏놈시키들처럼 노골적인 족속들은 없지 않았나. 이놈들이 아시아의 패권을 거머쥐었다고 믿고는 설쳐대는 꼬락서니가 영 맘에 안 드는거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무서운거다. 난 우리 동네가 어찌 굴러가는지도 모르고, 이 놈의 나라도 그렇고, 아시아니 국제 정세는 더더욱 모른다. .. 2008. 8. 13.
한강 한강을 건넜다. 토요일 저녁에 마지막으로 가볍게 연습하러 갔더니 센터 사람들이 레인 세개 잡고 15일 대회 준비를 하고 있더라.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꼽사리 껴서 가볍게 같이 돌아준다. 오리발은 이번에 차봤는데 이거 나름 매력있다. 가볍게 2키로만 돌고 센터에 보관하던 수영복, 물안경, 렌즈 등을 챙겨 집으로 돌아온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에 전화가 온다. 술 마시잔 전화다. 꾹 참고 계속 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준비물들을 챙기는데 이런, 렌즈가 안 보인다. 이리저리 뒤져도 없는데 센터도 쉬는 날이라 센터에 두고 왔는지 확인할 길도 없다. 어디 살 수 있는 데가 있지 않을까 싶어 일찍 나가봤는데 아주대, 강남, 잠실, 어디 상가를 뒤져도 다 문을 안 열었더라. 렌즈 때문에.. 2008. 8. 11.
. 회사 웹진에 이런 문장이 있더라.'우리 회사와 애플의 차이점은 레드 재플린을 듣고 안 듣고의 차이이다' 애플 전직원이 무슨 社歌처럼 제플린을 듣는진 잘 모르겠다만우리 회사와 제플린은 참 안 어울리긴 하다. 요즘 음악과 좀 멀어지고 있다고 느끼는데 회사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어디를 가도 적응을 잘 하는 편인데 한편으론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환경의 몰드에 맞춰 자신을 맞춰간다는 건 견고한 '자신'이 없다는 거다. 확실히 '고지식'보다는 '융통성' 쪽에 가깝다고 느낀다.그런 사람일수록 환경이 굉장히 중요하다. 스스로가 자신을 만드는 정도보다는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정도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환경이란 사회적으로 바람직.. 2008. 8. 6.
. .결국 폴리페이직 수면 스케쥴을 포기한다. 한 달 남짓한 수면 스케쥴의 경험을 정리해 본다.- 피로 누적. 좀 무리하게 수영을 하고 있는데 근육의 피로가 쉽게 회복되지 않아 체내의 산소 부족이 더욱 졸음을 유발,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였다. 가끔 근육에 경련이 일고 잘 나지 않던 쥐까지 나더라. 가장 큰 문제는 눈이다. 눈을 많이 쓰는 직업이라 눈의 피로 회복이 중요한데 눈을 거의 쓰지 않는 요가와 수영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음에도 불구하고 누적된 눈의 피로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나중엔 하루 종일 눈을 제대로 뜨고 있을 수도 없을 정도가 되고 말았다. 눈 주위의 다크 서클은 또 어쩌란 말인가.- 기억력 상실. 오전에 과장님이 시켰던 일들을 오후에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가 야단을 들었다. 달력에 붉은 글씨.. 2008. 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