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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ara

Antoine de Saint-Exupéry

by erggie 2008. 9. 17.
"If you want to build a ship, don't drum up people together to collect wood and don't assign them tasks and work, but rather teach them to long for the endless immensity of the sea."
- Antoine de Saint-Exupéry


쌩 떽쥐페리를 굉장히 좋아했었다.
그의 손을 거치면 파타고니아 선 우편기의 동체는 생동감 넘치는 생명체가 되었다.
대지의 그림자와 알프스 산맥의 난기류, 베두인족과 사막과 갈증과 추위와 비행사들, 시차의 피로와 도시의 여인들.
'야간비행'은 세계 문학 전집이 꽂혀있던 책장에서 홀로 자리를 비우고 모서리가 해진 채로 방안을 굴러다니곤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친한 친구 동생이 칼 비행사 시험에 합격했단 소식에 야간비행을 추천해 주었는데 정작 내가 내용이 기억이 나질 않아 주문해 읽어 보았다.

어쩜 이리 다를까.

바람, 모래와 별은 잘 모르겠고, 남편을 읽은 아내의 심리 묘사나 온갖 위험이 매복해 있는 칠흑같은 어둠 속으로 묵묵히 비행사들을 떠나 보내는 뤼비에르, 무능력하나 삶의 가치를 자문하는 감독관들의 모습에 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저기 드러나는 보수적인 백인 우월 의식같은 것이 거슬리기까지 했을 정도인 것인데, 오래 전 어두운 방 한 구석에서 머리 속에 사막을 그리던 그 소년에서 참 많이도 변했구난 생각에 씁쓸해 지는 거다.

고전은 성공을 바라 달리는 중년 남성에게는 해로운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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