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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ara

human

by erggie 2008. 8. 20.


도대체가 무엇인지 모르겠는데
외로이 바닥을 구르는 맥주병이나
그 안에서 맴을 도는 꽁초와 그의 재를 물끄러미 처다보며 누워 있노라면
서서히 쇠하는 자에게만 보이는 그 무엇이
어두운 방 구석에서 쪼그리고 앉아 나를 보는 것인데
나는 실은 눈이 멀었고
그 친구가 일어나 발 저는 그 소리를 내 귀에 밀어넣는 것인게다

바닥에 이리저리 선을 그으며 놀고 있는 척을 하던 나의 목을
녹슨 검은 가위로 슬커덕 잘라주길

나는 슥슥 바닥에 선을 그으며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 흑백 필름에 붉은 물결을 일으켜주길 바라고 있다

서서히 쇠함을 멈춰주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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