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힘든 한 주였네.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손톱, 발톱을 깎는다.
과도한 운동 탓에 양쪽 엄지 발톱들이 퍼렇게 맛이 갔구만.
마침 스피커에서 밥 말리께서 '소 머치 트러블 인 더 월드'를 흥얼거리시고 계신다.
말리 훃아는 그러니까 내가 태어난 해인 77년 '축구'를 하시다가 발가락을 다치셨다.
헌데 어찌나 낭창한 생활을 하셨는지 상처가 곪았다나 뭐라나.
발가락를 잘라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인체는 전일하다'는 라스타의 신념에 따라 절단을 거부하신다.
결국은 암으로 발전, 암세포가 뇌나 간이나 쓸개로 다 퍼졌고 4년 후 36세를 일기로 세상과 빠이빠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말리 훃아의 죽음인데 난 이 얘기가 왜 이리 웃기고 또 통쾌한지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레게 황제의 죽음으로써 이보다 나은 스토리가 있을까 하는거다.
뭐가 대수련가.
오면 가는거고 가면 또 오겠지.
다늦게 무더운 여름 끝자락의 고적한 밤,
드레드 락을 휘두르며 축구공을 쫓아다니셨을 말리 훃아의 모습을 상상하니 흐믓해지는 것인데,
내 멍든 발가락들이 암으로 발전해 줄 가능성이나 따지고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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