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폴리페이직 수면 스케쥴을 포기한다.
한 달 남짓한 수면 스케쥴의 경험을 정리해 본다.
- 피로 누적. 좀 무리하게 수영을 하고 있는데 근육의 피로가 쉽게 회복되지 않아 체내의 산소 부족이 더욱 졸음을 유발,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였다. 가끔 근육에 경련이 일고 잘 나지 않던 쥐까지 나더라. 가장 큰 문제는 눈이다. 눈을 많이 쓰는 직업이라 눈의 피로 회복이 중요한데 눈을 거의 쓰지 않는 요가와 수영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음에도 불구하고 누적된 눈의 피로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나중엔 하루 종일 눈을 제대로 뜨고 있을 수도 없을 정도가 되고 말았다. 눈 주위의 다크 서클은 또 어쩌란 말인가.
- 기억력 상실. 오전에 과장님이 시켰던 일들을 오후에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가 야단을 들었다. 달력에 붉은 글씨로 칠해 놓은 간담회 일정을 까먹고 있다가 혼났다.
- 집중력 상실. 일의 특성상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해야 하는데 한 가지 일에 5분도 집중을 하지 못하고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어느 한 가지 일도 제대로 못 끝내고 있더라. 나중엔 일 시작한 지 1분도 안 되서 딴 생각을 하고 있더라.
- 시간의 비효율. 수면 스케쥴의 첫 번째 목표는 시간 확보였으나 확보된 시간 이상을 힘겹게 잠과 싸워야 했다. 결과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더 소비하고 말았다.
- 스트레스. 즐겁지 않았다. 자기 학대를 즐기긴 하지만 수면 박탈은 너무 가혹했다. 새벽에 일어나 앉았을 때의 고통과 그날 이어질 졸음에 대한 스트레스는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지 못한다. 갖은 고문 중에 가장 가혹한 것이 수면 박탈이라는 데 동의한다.
이상의 이상징후들로 회의를 가지고 있다가 결국 포기하기로 결심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 폴리페이직 주창자의 건강 이상과 스케쥴 포기. 사실 폴리페이직 수면 스케쥴은 검증된 방법이 아니다. 젊은 여성이 몇 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제안한 안일 뿐이었다. 검증되진 않았지만 결과가 가져오는 엄청난 댓가 때문에 혹해 무리해서 진행했던 거였다. 최근 그녀는 그녀의 블로그에 건강 악화와 스트레스 증가로 스케쥴을 포기하였으나 오랫동안 지속된 습관 때문에 피로가 풀리지 않은 채로 매일 일어나던 시간에 눈이 떠지고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어 힘겹다는 글을 올렸다.
- 수면에 대한 더 많은 공부. 저명한 학자들의 수면에 대한 연구를 공부하면서 수면이라는 하나의 인간 행위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평생을 공부해도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서양 과학의 오랜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 수면의 특정 현상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못한 부분이 많다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재까지 이루어진 연구를 통해 모아진 수면 시간과 패턴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중론은 정해진 '수면 시간이란 없다'라는 것이다. 사람마다 유전적 특성이 있고 발달 초기 단계에 형성되고 고착된 특성들이 개인별 적정 수면 시간을 결정하더란 것이다. 정해진 수면 시간과 패턴에다 자신을 끼워 맞추기보다는 여러 가지 수면 시간과 패턴들을 적용해보고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시간을 스스로 찾고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요한 것은 너무 많이 자도, 너무 적게 자도 해롭다는 것이다. 특히 적게 잤을 때에 대한 연구들의 결과는 참혹하다. 그 결과들은 내가 겪었던 비슷한 징후들을 보고하고 있다.
또 하나 흥미롭게 보고 지나가야 할 공통된 중론은 낮잠의 중요성이다. 나사에서 낮 동안 27분의 수면을 취했던 연구원들의 생산성이 30% 증가했다고 한다. 뭐 생산성을 어떻게 측정했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나사가 했다니 믿도록 하자. 오후 한 때의 낮잠은 그 이후 저녁 시간의 활동에 활기를 불어준다는 사실은 경험해 본 사람도 꽤 있으리라 믿는다. 다만 낮잠의 효용을 고지식한 회사 관리들에게 설득시키기보다는 회사를 그만 두는 게 낫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이 사람이 어느샌가 와인 회사를 차렸다고 한다. 보통 와인도 아니고 전통적인 병보다 더 환경친화적인 용기를 개발해 주가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혹자는 환경적인 이유보다 비용 감소의 이유라고 빈정댄다고 하지만 놀랄 일임엔 틀림이 없다. 전향 뒤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 세상 사람들을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픈 욕망이 불끈불끈한다.
- 뭘 해도 되는 사람
- 뭘 해도 안 되는 사람
- 무엇도 하지 않는 사람
나는 세 번째 부류에 속한다고 하겠다.
.Johnny Fiasco.
알아주는 디제이가 온다고 매스에 출동해 주셨다. 역시나 유럽의 사운드는 우리 취향이 아니었다. 모두들 약이나 술이 없이는 도저히 즐기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심지어 나가서 소주 나발을 불고 오자는 얘기까지 나왔다.게다가 이 친구 고집도 대단해서 교체 타임이 되고 다음 디제이가 기다리고 있는데 자리를 안 내줘서 스텝들과 싸우는 웃지못할 시츄에이션까지 연출해주신다. 전날부터 수영으로 무리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축났던 몸이 거의 탈진하고 말았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보아 새로운 사운드에 대한 유리의 열정에 내가 못 따라가는 거 같다. 아무래도 난 라디오헤드가 편하다. 다음에 같이 가자는 제의는 확실히 거절하자.
.수영.
500미터를 10분 16초에 끊었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다. 다음 주에 있을 한강 횡단 대회를 대비해 핀을 신고 연습하고 있는데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 할마시.
우리 할마시가 누룽지 위에 치즈를 얹어 먹으면 맛있다는 요상한 레시피를 전수해주었다. 상상만 해도 느끼했는데 혹시나 하고 시도해 보았다. 결국 냄비를 옮기다가 피비가 난리를 쳐서 손을 데고 말았고 다친 손에 상한 심정은 모금마다 소름이 돋는 우유죽에 걷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되고 말았다. 사람은 늙는다 하더라고 가끔 극단적인 창의성을 발휘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보다 자극에 연약한 젊은 세대들에게 적용하기엔 힘들 수 있다는 게 문제.
그나저나 할마시가 생일을 맞이했다. 뭔 곳에 있단 핑계로 찾아뵙지도 못하고 전화만 하는데도 목소리를 들려주어 고맙다고 반성을 들려주시는 할마시에게 반사.
쾌청한 밤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