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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tten

by erggie 2007. 11. 26.
얼마 전에 짙은의 형로가 입대를 했다.
스물 여덟.
적지 않은 나이이다.

예전에 내가 을 만들어줄 만큼 내가 인정하고 사랑하는 밴드인데 한동안 볼 수 없을 거 같다.
고별 공연이 하필 공중 캠프였다.
내 사랑 공중 캠프.

용과 정환이, 윤박사가 카메라와 캠 두 대로 공연을 찍었다.
예전에 우리 밴드에서 드럼을 치던 미선이 누나도 봤다.
이제 드럼을 치지 않는다는 누나는 안 보는 사이 좀 늙은 거 같았다.
머리를 짧게 깎은 내가 멋있어졌다고 누가 봐도 보이는 빈말을 하길래 늙은 거 같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짙은은 입대 전 마지막 공연이라 그런지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주는 듯 했다.
하지 않던 멘트까지 준비해서 한층 더 즐거웠다.
그 덩치에 고흐를 좋아한다며 쑥스럽게 얼굴을 붉히는 형로가 군대에서 어떤 일을 겪을 지 생각하니 더 애틋했을까.

한동안 무척 사랑했던 '미선이'도 군대를 다녀온 후에 결성한 '루시드 폴'로 활동하며 특유의 섬세함을 잃었다.
하긴 나도 나이를 먹어서 예전에 마음이 공명하던 젊음의 서툴고 위험한 감정에 더 이상 동하지 않으니 형로가 전입하고 다시 음악을 할 때쯤이면 역시나 내게 좋은 음악을 해줄지도 모른다.

춥고 배고픈 밴드 생활을 계속해 주어서 항상 고마워하고 있었는데 많이 아쉽다.
예전에 그들이 잠시 활동을 접었을 때 술먹고 놀러가서는 자고 있는 욱이를 깨워 왜 음악 하지 않느냐고 막무가내로 나무랬던 적이 있다.
물론 나만의 투정이었지만.
다시 그들에게 음악을 강요하지는 못할 거 같다.
무성의하게 사이트 하나 만들어주고 관리도 제대로 해주지 않았던게 못내 미안하다.

건강하게 잘 다녀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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