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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ara

Sagara

by erggie 2008. 12. 2.
흐란트가 다른 층으로 이사를 가고부터는 인도인 사가라와 수다를 많이 떤다. 흐란트 못지 않은 수다쟁이인 사가라를 통해 인도 여행 중에도 보지 못했던 여러 가지 것들을 들을 수 있다. 그와의 대화는 인도의 정치, 문화, 교육, 결혼, 종교, 기술, 등에 대한 많은 오해들을 풀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인도라고 하면 사람들의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카스트 제도가 아닐까 한다. 그와 진지하게 얘기하기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대화의 첫 주제 역시 카스트 제도였다. 난 학교에서 배운대로 카스트 제도는 불합리한 문화이며 인도가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장애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내 생각에 사가라는 목소리까지 높여가며 반감을 표했다.

어느 사회이든 계급이 없는 사회가 있었던가. 사가라는 우리 나라에 남아있는 계급 문화의 잔재에 대해 비판한다.

- 야, 너네는 사람을 호칭할 때 꼭 직급을 붙여서 부르지 않느냐.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직급으로 사람을 호칭하는 것도 계급 문화 아닌가? 직급 호칭부터 시작해 부에 의해 철저히 구분되는 계급까지 따지자면 너네 나라 역시 계급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라가 아니다. 우리 나라의 직급을 호칭하는 관습.

계급이 없는 사회는 없다. 다양한 사람들을 적절한 기준으로 분류하는 것은

현대 사회 역시 계급이 나눠져 있다.
부 역시 세습되고 있다.

계급을 비롯한 울타리란 무엇인가. ->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자신만의 -고리타분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울타리를 쳐 놓은 사람들이 날카로운 칼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울타리가 없는 인간은 소수의 예외를 제하고는 분별력이 부족한 인간일 경우가 많다. 노력을 통해 후천적으로 분별심을 극복한 경우가 예외.

격이 없는 사람들에게서 감동적인 끈적함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울타리 밖을 배제한다는 얘기는 울타리 안에 최선을 다한다는 얘기이다.

울타리가 없는 사람들 -> 감정적인 사람들
커피색 스타킹을 신은 여자를 싫어한다 -> 미친
울타리의 기준은 이성적이어야 한다.

내가 혼란스러운 이유는 울타리가 없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든 막대를 하기 때문.

고착된 계급은 성장 본위의 서구 문화에 뒤쳐질 뿐 인도라고 하는 독특한 사회, 문화 환경에서 그 자체로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 최적화된 시스템이었다.

서양식 교육 과정에 주입시켰던 인도의 얼굴이 카스트 제도였다는 사실은 조금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들의 다채로운 종교나 문화 중에 배울 점이 얼마나 많ㅇ


금욕적인 생활이라 하면 하면 일반적으로 적게 먹고, 적게 즐기고, 적게 가지는 생활을 떠올리게 된다. 인터넷-이제는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버린-이라는 개방형 미디어가 쏟아내는 정보 홍수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겐 '정보 섭취의 절제'란 항목을 추가하여야만 하겠다.

지식인으로서 매일 매일의 뉴스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엔지니어로서 새로운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롯데의 경기 결과를 모니터링해야 하고, 신작 영화나 공연 소식을 체크해야 하고, 훼이보릿 뮤지션의 신보 발표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친구들의 블로그 포스팅을 훑어야 하고, 저녁 식단을 위한 레서피를 검색해야 한다. 물론 이런 다양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소화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뛰어난 사람도 있겠으나 보통의 사람들은 이런 정보들을 허겁지겁 집어삼키고는 소화도 못한 채 바로 배설해버리거나 무비판적으로 흡수하곤 거대한 암세포처럼 몸 안에서 증식되는 걸 방치한다.

오오, 또 너무 극단적인 비유였나.

사실은 내가 좀 그렇다. 인터넷 맹신자이며 또 중독자이기도 한게다, 나란 사람은. TV에 중독적인 증세를 보이는 탓에 TV없이 살고 있지만 다른 미디어에 중독적으로 빠져 있다. 미디어에 대한 절제가 필요한 시기.

얼마 전, media-fast movement라는 흥미로운 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교수의 블로그에 들렀다. 허허 이보게, [Possess less, exist more]라는 스콧 니어링의 격언을 블로그의 모토로 내세우고 있질 않나. 한국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하는 이 세살배기 딸아이의 아빠는 오호, 미디어 절제 운동의 심오한 경지에 올라서버렸는지 올해 2월부터 포스팅 자체를 올리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열반일쎄.

구글링에 미쳐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다음과 같은 간결한 메시지를 날려주시는 페이지를 본 적이 있을테다.
The End of the Internet!
Congratulations! This is the last page.
Thank you for visiting the End of the Internet. There are no more links.

You must now turn off your computer and go do something productive.

Go read a book, for pete's sake.

내가 좀 구글빠이긴 하지만 이런 담백한 위트가 구글의 매력이 아닐까.
자자, 당신도 컴터 끄고 어디 산책이나 나가서 책이나 읽으라구. 책도 미디어 아니냐고 딴지 건다면 미워할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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