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벼르던 휴가를 얻었다.
무계획의 대가인고로 아무 계획도 하지 않고 집구석에 처박혀서 천장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아니 무언가 계획이란 걸 세웠던 것도 같은데 글쎄 준비해두었던 변명마저 잊어버렸다.
엄두도 내지 못하던 카메라를 구입했다.
하루에 맥주 두 병은 기본이다.
와이셔츠를 샀다.
나이가 들어도 슬림한 라인이 있어야 후까시가 산다.
겨울 코트를 구매했다.
캐시미어는 기본이다.
스카프를 질렀다.
코트가 댄디하면 스카프로 중후함을 더해준다.
크랭크를 샀다.
남자는 하나면 충분하니까.
문제는 모든 일의 동인이 명백하다는거다.
자아란 꽤나 교활한 편이어서 외롭지 않다는 자기암시적 외도마저 비난하려든다.
새로 산 시계를 보고 의아해 하는 김태림에게 억은 이제 자본주의의 개라고 말하고 술잔을 들이켰다.
제길, 크랭크 바름 브라킷이 풀리지 않는다.
아마도 호프 샌도벌 앤 더 웜 인벤션스의 음악 때문일 수도 있겠다.
맛을 알 수 없는 크롬바커를 들이키며,
그만 살아도 나쁠 건 그닥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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