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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ara

getting older

by erggie 2009. 5. 13.
오래된 친구를 만났다.
어리숙하고 착하기만 하다고 생각했던 친구였는데 어느새 부쩍 자라 있었다.
사람의 마음을 사는 데 있어 필요한 요점을 꿰뚫고 있달까.
그렇다고 거만하지도 능청스럽지도 않아 뭔가 도가 느껴졌다.
뭔가를 이루기 위해 기회를 포착하고 달려들고 있었다.
아무도 믿지 못하는 인간의 군상 속에서 여러 번 속아보고 깨달은 노련미가 흘렀다.
간만의 모습에서 의외의 면을 발견하고 놀라서는 한참을 생각했다.
내가 웃고 즐기는 사이 이 친구는 이렇게나 자랐구나.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이라.
성공의 비결이렸다.
내 마음은 쉽게 살 수 있는데 왜 아무도 안 사려는 걸까?
아무 쓸모가 없기 때문이겠지.
문득 재주가 너무 많은 나머지 많은 적을 두고 궁지에 몰린 공자에게 던져진 노자의 일갈이 떠올랐다.
"대개 곧은 나무는 먼저 베이고 맛난 샘물은 먼저 마르는 법."
그 어떤 누군가에게도 쓸모 없는 존재.
온 몸을 바쳐 노자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는 자신이 대견스러워서 씨발 으쓱해졌다.

친구가 사준 소고기로 두둑해진 배를 두드리며 집으로 돌아오니 할머니들조차 곤히 주무시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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