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박민규

by erggie 2006. 10. 20.
User-created image몸과 정신과 가슴이 혼란스러워 가늠조차 하기 힘든 하루 하루다.
가게에서 집까지 오는 길은 복잡한 머리를 정리시키긴 짧은 거리라 생각하며 침대에 누워 일천칠백만원짜리 티비를 켰는데 웬 장발이 하나 거북한 자세로 등장을 한다.
백두산쯤 되는 메탈 밴드 멤버인가 하며 무심코 지켜보는데 생뚱맞게 뜬 자막이 박민규라고 알려준다.
진행을 맡은 참하고 차분한 아가씨가 당혹을 감추느라 애쓰는 것이 역력해 계속 지켜 보았더니 가관이 따로 없다.
사회자가 질문하면 한참을 어물어물거리다 겨우 입을 떼는데 그 대답이라는 것도 횡설수설에 동문서답이다.
미소를 지으며 좀 더 지켜보고 있자니 갑자기 불을 끄고는 이 메탈 베이시스트쯤 되는 인간이 역시나 거북한 자세로 낭독이란 걸 한다.

시덥잖은 농담 사이사이로 독설이 폐부를 찌른다.

많이 저지르고 살았잖아요. 식물처럼 살고 싶어요


진한 여운에 멍하니 누워 있으려니 티비는 '낭독의 발견'이라는 프로그램명을 홍보하고는 도망치듯 끝나버린다.

나도, 식물처럼 살고 싶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