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싸고 나오는 길이었다.
수영장 옆에 늘어서 있던 파라솔 아래에 제법 무대를 갖춰놓고 쿵짝거리는 친구들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종이 박스를 뜯어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 직접 찾아왔다"라고 흘겨 갈겨놓았다.
바구니엔 홍보 스티카를 나눠주고 있었다.
급호기심이 발동해 그만 눌러앉아 구경했다.
근처 무대에선 언니네가 리허설 중이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틀 동안 지처있었던 탓이었을까 나이가 든 탓이었을까.
3일 동안 접한 공연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공연이었다.
푸른 잔디가 덮힌 슬로프 위로 초승달이 걸려 있었고
풀에선 때를 잊은 언니들이 쿵짝 장단에 맞춰 마구 폴짝거리고 있었던 거다.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허참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 직접 찾아왔다"니..
남자가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대사가 아닌가.
부슷다라고 하길래 뭔가 티벳 밀교의 밀어 정도가 아닐까 했는데 booster의 한국어 표기란다.
유쾌해서 자질러지겠구만.
세상이 뭐라하든 자신의 음악을 고집하는 이런 친구들이 한국 음악의 메인 페이지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틀의 강행군으로 카메라가 싸는 바람에 전화기로 찍은 영상이라 화질은 둘째치고 소리가 찢어져서 안타깝다.
오오 고로 본 영상으로 공연을 판단치 말길.
마음에서 우러나와 먼가 떡볶이나 맥주라도 사주고 싶었는데 식구들 멕이느라 현금이 하나도 남지 않아 미처 환전하지 못한 쉐켈을 바구니에 던져주고 왔던 것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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