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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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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ggie 2009. 2. 12.
나는 검은 피로 얼룩진 검은 원피스를 입고 어수선한 교정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소나무 가지 끝에 매달린 올빼미가 애기 울음 소리를 내는 흥청스런 밤이 되면
머리가 벗겨진 늙은 교수가 어린 학생에게 추근거리고
며칠 새 일러진 해가 뿌연 안개 사이로 희미하게 우윳빛 살을 뿌리면
길 잃은 자들이 교실에 모여 신을 부르짖었다.
나는 다만 늦지 안길 바랄 뿐이었고,
잠긴 문 안에 가지런히 놓여진 내 가방을 찾고 싶을 뿐이었지만.
신발장의 낡은 실내화는 내 것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나는 이제는 신을 부르는 소리로 가득찬 복도를 타박타박 걷는 것이다.
내 아비가 기다리고 있는 부두에 늦지 않길 바라고 걸을 뿐이다.
자식들을 버렸기 때문이 아니라 자식들이 갈구하게 만든 내 아비를 원망하지 않길 바라는 것이다.
내 부정한 아비를 부르짖는 어리석은 자들을 경멸하지 않길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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